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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범은 잡혔다그런데 탈주범이 도난한 차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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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진 작성일05-07-16 11:30 조회6,281회 댓글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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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글을 펐습니다. 황당한 이야기네요.





저는 얼마전까지 경찰서라는 데를 한번도 가보지 못한 대학원생입니다

그런데 어쩌라고?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틀전 탈주범이 도주에 썼던 차량의 소유주라면 아마도 아실겁니다

저는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인터넷 신문으로 탈옥수가 왜 대전으로 왔을까?하는 의문을 가지던, 저랑 상관없을뻔 했던 일(전주에서 죄수가 탈주했다는)이 저의 일상에 들어왔습니다

그것도 충청권 최고의 국립대학교라고 자부하는 충남대학교 캠퍼스안에서 말입니다

점심때 쯤 한창 주차할 곳이 없을 때에 문앞에 한 자리가 있어 기분 좋게 주차를 하고 일을 보고있었습니다

주차하기 정말 힘든 요즘에 조그만 행운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선배님들의 논문을 맡기러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차가 원래 있을 자리에 없었습니다

당황스러워 우왕좌왕하고 있을때 정문에 서 있던 차량을 봤습니다

대학 정문의 요금소에서 나가기를 기다리더군요

재빨리 차를 쫓았습니다

저를 봤는지 차를 옆으로 슬그머니 빼더군요(사실 원래 그리로 가려했는지도 모릅니다)

그 자는 내리라는 저의 말을 무시하고 인도로 도주를 했습니다

재빨리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2~3분쯤 경찰이 오더군요

차량이 서있던 자리를 보고 지구대로 가서 서류를 작성하는 중에 수배지를 보고 이 사람같다고 했습니다

사실 제가 군대있을 때 병의 후유증으로 눈에 약간의 장애가 있어 색깔을 정확히 구분할 수 없는지라 확답을 할 수가 없었죠

혹시 모르니 수배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당일 새벽에 전화가 왔습니다

납치됐던 여성을 바꿔주면서 이것 저것 물어보는데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차를 생전 모르던 다방여직원이 알고있으니까요

결국 범인은 탈주범이었고 제 차를 가지고 범죄에 이용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차를 찾았는데 확인하기 위해 같이 가자고 해서 차를 탔습니다

이동중에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차를 찾았다는 소식과 탈주범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습니다

사실 당일날 무서워서 자물쇠까지 동원하여 잠을 들 수 있었거든요

차량을 확인하기 위해 북부경찰서로 갔습니다

정문에 차가 서 있길래 제차가 맞다고 했고 들어가서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확인 할 때 2시간 가까이 기다렸습니다

전국이 들썩였으니 그런 자의 범행에 쓰인 차를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경찰이 한 한마디는 오늘 받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증거이기 때문에 당장 찾아갈 수는 없다고 하여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데려와놓고 갈 때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더군요

여기서 조금 실망을 했습니다

그리고 2일이 지나고 차량을 회수해가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또 갔습니다 차를 찾기 위해서...

그 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범행에 사용되었던 상태 그대로의 번호판마저 없는 검은색 코란도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에도 그대로였습니다

부서진 무전기, 격봉, 번호판을 떼기 위한 스패너들까지도...

다시 담당 경찰관에게 물었습니다

차량 파손에 대한 것은 어떻게 하느냐고...

경찰관 왈 "범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거셔야하겠습니다"

말이 됩니까?

범법이라고는 신호위반, 속도위반이 전부인 스스로 선량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에게 아끼는 차량이 범법행위에 쓰이고 전국의 신문에 사진으로 나가고(물론 차가) 번호판도 뜯겨져있어 제대로 쓰지도 못하게 된 피해자에게 소송을 걸라니요...

게다가 소송을 걸면 그 사람이 돈은 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최소한 범행의 흔적만큼은 지워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차량의 원상복귀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이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신문 보도를 보면 하나같이 차키가 꼽혀 있고 문도 열려져 있었다고 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누가 훔쳐가도 훔쳐갈 것이니까요

신문도 그렇습니다

범죄자의 자백만을 가지고 신문을 쓰면 돼겠습니까?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잘못했다고 하나같이 말합니다

그리고 차를 찾은게 어디냐고 그럽니다

심지어 저의 아버지께서는 범인이 진술할 때 말한 내용을 그대로 옮긴 신문을 보시곤 제 책임이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저는 마치 영화같은 4일을 살았습니다

도난 당한 아침까지만 해도 도망쳤구나 하며 넘길일을 저의 정신적 육체적 금전적 피해를 받게 되는 일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자분들...

최소한 기사를 쓰시려면 양쪽의 모든 입장을 봐가면서 쓰셔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경찰관분들 당신들은 내차를 찾으려고 잠복을 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해보십시요 그것이 정말 한 시민의 차량만을 찾기 위한 것인가를...그리고 찾고나서는 마치 저를 위해 전국에 검문을 하고 잠복을 했는지...

빨리 찾아서 다행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 처리는 깔끔하지 못하셨습니다

오늘 차량을 찾으러 갔는데 다들 웃는 얼굴이더군요

보기는 좋았습니다 제 차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차량도난이니 민사소송이라...

탈주범이 도난을 해도 그것이 민사입니까?

그들은 범인을 잡고 1계급 특진을 했다더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렇지만 저는 무엇입니까?

차도 못쓰고 지인들에게 어울한 소리를 듣고 가장 믿었던 가족에게는 제가 자초한 일이라는 소리를 듣고...

다시 차를 복구할 생각을 하면 앞이 깜깜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