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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눈이 어지러울 정도 요란한 치장의 프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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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진 작성일05-09-06 08:59 조회4,972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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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공해? 삶을 위한 "자구책"?
[오마이뉴스 김유자 기자] 어제 오후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제가 사는 옆 동네 골목길에서 온 몸이 광고판인 차량 한 대를 발견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해 차에서 내려 차량의 이곳 저곳을 살펴보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보아하니 타일 장사를 하는 분의 차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타일 가게 전화번호도 보이고, 타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붙이고 있었습니다. 장사에 대한 열정을 넘어 "타일 사랑"이 남다른 분 같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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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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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유자
차량 앞 범퍼에는 아트 타일을 부착시켜 놓았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적 타일 못 봤지?"라고 물으면서 유혹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트 타일 틈새로 여러가지 모양의 집 모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추측컨대, 실물감을 더해주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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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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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유자
이번에는 차량의 옆 면에서 살펴 보았습니다. "환상적 욕실", "귀족", "디자인" 따위의 글씨와 함께 애국심이라도 발휘하려는 듯 태극 문양 비슷한 무늬까지 붙여 놓았습니다.

타일 가게 아저씨의 이런 "예술적 끼"를 누가 말리겠어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이 차량에서 여지없이 발휘되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전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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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유자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칭찬해주어야 할는지 아니면 "시각 공해"가 아니냐고 투덜대야 할지 제 감정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이 가파른 생존 경쟁 시대를 헤쳐나가려는 우리네 서민들의 몸부림을 보는 것 같아 약간 서글퍼지기도 하구요. 인간이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를 대신 짊어지고 달리는 자동차 신세가 짠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게 삶이라고 합니다. 그저 우리들의 삶이 풍선처럼 가벼워질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김유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