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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

그랜드보이저의 마술같은 실내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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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12-19 17:52 조회10,161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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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는 국내 수입 미니밴 시장의 터주대감이다. 판매량이 많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묵묵히 이 시장을 지켜오는 존재다. 최근 토요타 씨에나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수입 미니밴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혼다도 이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수입 미니밴 시장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려는 것일까. 크라이슬러의 그랜드 보이저를 만났다.


수입차들이 이 시장을 외면했던 것은 미니밴의 상용차 이미지가 걸림돌이었을 것으로 짐작해본다. ‘고급’ 이미지가 중요한 수입차에 미니밴의 ‘상용차’ 이미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시장에 섣불리 먼저 뛰어들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니밴은 소형버스다. 7~11인승 정도로 여러 사람이 함께 타고 이동하는데 유용한 자동차다. 그래서 성능보다 안정감, 승차감이 중요한 요소다. 빨리 힘 있게 달리는 것보다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조용하게 움직이는 게 미덕인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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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보이저는 오랜 시간 수입 미니밴 시장을 외롭게 지켜온 존재다. 미니밴의 기원이라는 캐러밴의 바통을 이어받은 모델이다.
시야는 탁 트였다. 운전석 시트포지션도 높다. 쾌적함을 즐길 수 있다. 좌우 전동식 도어다. 운전자가 전동으로 도어를 열고 닫을 수 있다. 여유 있는 공간이다.


3열로 구성된 시트중 2열 시트는 차 바닥으로 묻어 버릴 수 있다. 바닥을 빈 공간으로 만들어 그 안으로 시트를 접어 넣어버리는 것. 시트가 차 바닥으로 숨어들어가는 모습은 마치 마술 같았다. 덕분에 공간을 훨씬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시속 100km에서 1500rpm을 보인다. 아주 편안한 수준이다. 승용차에 버금가는 편안함이다. 이런 편안함은 미니밴이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이다. 여러 사람을 태우는 미니 버스라면 성능은 조금 떨어져도 편안함을 포기해선 안된다.


컬럼 시프트처럼 대시보드 위로 변속레버가 올라왔다. 수동변속도 가능한 자동 6단 변속기다. 7인치 모니터에는 아쉽게도 내비게이션이 없다. 아날로그 시계가 대시보드에 자리했다. 조수석 바닥에 배치된 소화기가 눈길을 끈다. 투톤 컬러로 만들어진 실내는 나무 장식으로 마무리했다. 짙은 색이다. 짙은 브라운 컬러가 차분한 실내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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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 기분은 편안하다. 시속 120km를 넘기며 가속을 시도했다. 강한 힘이 느껴진다. 3.6 리터 가솔린 엔진의 힘은 283마력. 씨에나보다 17 마력이 높다. 공차중량은 2,030kg으로 씨에나보다 50km 가볍다. 마력당 무게비는 7.2kg. 


힘을 쓰기 시작하면 엔진소리가 제법 날카롭다. 시속 170km까지의 고속주행을 시도했다. 지붕 위로 올라가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엔진소리도 마음에 든다. 좁은 관을 통과하는 소리가 하이톤으로 치고 올라간다.


좋지만 운전하는 입장에선 매력이지만 다른 탑승객들은 부담 혹은 불안한 소리일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미니밴은 성능보다 승차감이 먼저다. 편안하게 잔잔하게 운전하는 게 어울리는 차다. 급출발 급회전 급정거로 성능을 만끽하는 건 스포츠카에서나 어울린다. 많은 승객을 태우고 스포츠 드라이빙을 하는 건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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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부드럽다. 도로 상태가 안좋은 곳에선 약간 출렁이는 느낌도 준다. 하드한 세단의 서스펜션과 비교하면 그렇다. 미니밴의 소프트한 서스펜션은 낯선 요소일 수 있지만 차의 성격에는 맞는 형식이다. 조금 물렁거리는 게 이 차와 궁합이 맞는 것이다. 코너에서도 조금 여유 있게 운전하면 무리 없이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다. 세단처럼 조금 공격적으로 타이어 마찰음이 들릴 정도로 운전을 해도 차체는 버틴다. 하지만 소리가 승객들에게 주는 불안함을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운전이다. 
엔진 힘은 여유 있다. 밟는데로 나가고, 컨트롤할 수 있는 운전자의 능력만 있다면 고속주행도 좋다.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표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일상적이고 무난한 수준의 조향비다.


그랜드보이저의 운전석에 앉으면 차창이 넓어 탁 트인 개방감이 느껴진다. 좋다. 미니밴의 장점이다. 2열 창도 완전히 내릴 수 있다. 훨씬 더 유용하다. 제일 뒤좌석 창도 운전석에서 개방시킬 수 있다.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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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가속을 하면 살짝 휠 스핀이 일어난다. 알피엠은 6500까지 충분히 상승한 뒤 변속한다. 엔진은 힘과 여유가 있다. 쭉쭉 뻗어나가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속도를 높여도 살아있는 가속감이 인상적이다.  시속 180km를 넘겨도 가속감이 살아있고 페달에 여유가 있다. 연비는 7.9km/L로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 하지만 차의 크기, 무게 등에 비하면 적당한 연비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출렁이는 느낌이 있다. 높고 긴 차체인 만큼 당연한 반응이다. 게다가 하드한 서스펜션이 아니어서 충격을 받고 난 후 쇼크가 증폭되는 느낌이 있다.


성능 위주로 살펴봤지만 미니밴에서 성능은 큰 문제가 안 된다. 성능보다 편안한 승차감, 운전자의 재미보다 탑승객의 안락함, 엔터테인먼트 등이 훨씬 더 중요한 차종이다. 그런 면에서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는 충분히 매력있는 미니밴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가격이 약점이다. 막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씨에나 3.5가 4,990만원, 2.7이 4,290만원이다. 그랜드보이저는 5,790만원으로 조금 더 비싸다. 수입 미니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라면 그랜드보이저와 씨에나를 반드시 비교할 수밖에 없을 터. 비슷한 성능과 스팩으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비싼 가격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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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 


사진 / 이승용 www.cameraeyes.co.kr / 박인범 (LIZ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