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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파나메라 디젤의 포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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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12-10 12:55 조회9,56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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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모델 라인업에 또 하나가 추가됐다. 파나메라 디젤이다.


 카이엔에 이어 파나메라에도 디젤 엔진을 도입했다. 포르쉐가 강조하는 건 연비다. 주유 한 번으로 1,200km 이상을 달린다는 것. 유럽 기준으로 한다면 독일 베를린에서 이탈리아의 볼로냐까지 중간 주유 없이 논스톱으로 달린다는 얘기다. 국토가 좁은 한국에선 전국 어디나 중간 급유하지 않고 갈 수 있다. 대충 계산해도 서울-부산-서울-대전 정도를 달릴 수 있는 거리다.


내로라하는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가 웬 연비? 하고 의아해할 필요는 없다. 포르쉐의 DNA는 여전히 펄떡이는 심장 속에 살아 있다. 어울리기 힘든 성능과 연비의 환상 궁합은  포르쉐의 ‘인텔리전트 퍼포먼스’ 덕분이다. 늦은 가을, 파나메라 디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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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도어 앞에 ‘Diesel" 이라는 레터링이 새겨졌다. 그리고 테일파이프가 디젤 전용이다. 외형상 파나메라 디젤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그 뿐이다. 겉모습에서 디젤과 가솔린 모델의 다른 점을 찾기보다 시동을 걸 때 들리는 엔진소리로 구분하는게 빠르다. 


길이 4,950mm. 5m에 달하는 거구다. 폭도 1,931mm다. 이런 거구가 늘씬한 자태를 지녔다. 키가 큰 금발 미녀를 보는 듯 설렌다. 쭉쭉빵빵 그 자체다. 포르쉐의 죽여주는 엉덩이는 파나메라에도 있다. 리어 휠 하우스에서 리어램프로 이어지는 뒤태는 모든 포르쉐가 가진 매력 포인트. 911처럼 극적인 라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엉덩이 라인은 섹시하게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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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메라는 그랜드투어러, GT카다. 4도어 GT로 쿠페, 해치백, 세단의 스타일이 다 녹아 있는 모습이다. GT로 만들었다지만 911의 DNA가 살아있는 모습. “역시 포르쉐”다.


인테리어는 호화롭다. 고급 가죽시트와 가죽 마감이 이 차의 격을 말해준다. 그 뿐 아니다. 운전석과 센터페시아를 가득 메운 수많은 버튼들이 눈에 들어온다.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공간의 크기 그 자체로 호화로움을 느낀다. 좌우의 폭이 여유 있다. 부족함이 없다. 손을 쭉 뻗어도 우측 끝이 만져지지 않는다. 이 넓은 차가 4인승이다. 굳이 5명이 앉으려고 무리할 필요없다.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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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은 5개의 원으로 구성됐다. 가운데 자리한 가장 큰 원은 속도계가 아니다. 알피엠 겜이지다. 속도도 속도지만 알피엠 게이지를 보면서 차를 컨트롤하라는 말이다. 왼쪽 속도계는 시속 300km까지 표시됐다. 그 자체로 성능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속도계가 주는 메시지, 의미가 있다.


많은 정보를 늘어놓는 계기판이다. 압축된 정보가 아니라 5개의 원 안에 뿌려 놓았다. 센터페시아도 마찬가지다. 아주 많은 버튼들이 자리했다. 그래서 비행기 조종석, 콕핏을 닮은 운전석이다. 현란하고 복잡한듯 하지만 한번만 누르면 원하는 기능을 실현할 수 있다. 원샷원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야는 양호하다. 전후방 시야, 좌우측 역시 그렇다. 크지 않은 미러지만 충분한 시야다. 룸미러는 역사다리꼴이다.


포르쉐가 자랑하는 인텔리전트 퍼모먼스의 대표적인 기능은 오토스탑 기능이다. 차가 달리다가 정지하면 엔진이 완전히 꺼진다. 으르렁 거리며 힘차게 달리다 잠깐 서게 되면 진짜 어색한 적막이 실내를 덮는다. 포르쉐의 칼칼한 엔진 사운드가 차가 서는 순간 사라진다. 모든 소리가 사라지는 느낌이 무척 어색할 수 있다. 애인이라도 옆에 탔다면 그 어색함을 덮기 위해 서로 눈을 맞추며 웃어야 할지 모른다. 아니면 입을 맞추거나. 어쨌든 이 차를 타고 도심을 달리면 수시로 이같은 어색한 적막함을 겪게 된다. 이런 어색함이 싫다면 반드시 좋은 음악을 준비해야 한다. 시동이 꺼지면서 잡소리가 모두 사라진 다음 들리는 원음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차축, 도어, 보닛, 스포일러, 리어 리드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그만큼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인텔리전트 퍼모먼의 한축은 이처럼 차체의 경량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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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은 2.3 회전한다. 매우 타이트한 핸들이다. 포르쉐 답다. 여유있고 푹신한 스티어링휠은 포르쉐와 안어울린다. 덩치는 커도 날카롭고 정확한 핸들링이어야 한다. 왜냐고? 포르쉐니까.


디젤엔진의 특징은 강한 토크, 떨림과 소음이다. 압축비가 높은 데서 오는 구조적인 특징이다. 파나메라 디젤 엔진의 압축비는 16.8대1. 커먼레일의 연료분사압력은 2,000바에 달한다. 엔진 공회전 상태에서 약간의 진동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를 느낄 기회는 많지 않다. 차가 설 때면 대부분 엔진이 정지하기 때문에 공회전 할 기회가 거의 없다. 디젤의 진동을 느낄 일이 거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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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디젤 특유의 느낌이 점차 사라진다. 달리기 시작하면서 디젤 엔진의 포커페이스가 시작되는 것. 굵고 낮은 디젤 특유의 엔진 사운드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디젤인지 가솔린인지 모를 중성적인 사운드를 토해낸다.


파나메라의 디젤엔진은 2000바의 커먼레일과 피에조 인젝터를 이용해 연료를 최소 2회, 최대 5회에 걸쳐 정밀분사한다. 그만큼 폭발할 때의 진동이 분산되는 효과가 생긴다. 엔진이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서스펜션은 스포츠와 노멀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스포츠를 택하면 rpm이 400 정도 올라가면서 차의 반응이 예민해진다. 노멀모드에선 여유 있고 편안한 반응, 스포츠에선 예민하고 빠른 반응이다. 급출발을 해도 휠스핀은 일어나지 않는다. 트랙션 컨트롤이 정확하게 제어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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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km. 크루즈컨트롤을 세팅하면 알피엠은 1600 부근에 머문다. 8단 자동변속기와 어울린 엔진은 놀라울 만큼 차분했다. 부드럽게 다룬다면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의 편안함을 만날 수도 있다. 시속 80-90km에서 순항할 때의 느낌이 그랬다. 단단하고 날카롭기보다 포근하고 편안하게 움직인다. 포르쉐가 아니라 벤츠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시속 100km를 유지하면서 각단에서의 rpm을 체크했다. 8단 1500, 7단 1800, 6단 2200, 5단 2600, 4단 3100 rpm을 각각 마크했다. 3단으로는 시프트다운이 안된다. 시속 100km에서 소리는 부드럽다. 윈드실드의 바람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노면에서 타이어를 타고 올라오는 소리가 조금 들리는 정도다. 시속 120km에서 A 필러 바람소리, 140km/h에서 바람소리가 조금 커지고 상대적으로 노면 소리는 줄어든다.


킥다운을 하면 가속감은 순간적으로 살아난다. 고요함이 사라지고 차의 각 부분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엔진의 힘을 낭비하지 않고 타이어까지 정확하게 배달하기 위해 모니터링하고 차단하고 연결하고 흔들림을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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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가속감을 느낀다. 2톤 가까운 거구를 가볍게 컨트롤한다. 굳이 알피엠을 높이지 않아도 저속에서 살아나는 디젤의 토크를 느낀다. V6 3.0 디젤엔진은 250마력의 힘을 낸다. 엔진에는 밸런스 샤프트를 적용해 훨씬 부드럽게 반응한다. 보어x스트로크는 83 x 91.4mm로 롱 스트로크 엔진이다.


고속코너를 타고 도는 느낌이 거침이 없다. 노면에 달라붙어 코너를 따라 움직이는 몸놀림이 확실히 다르다. 고속주행에서 차의 안정감은 놀랍다. 체감 속도가 30-40km/h 이상 낮다. 시속 200km을 넘보는 속도에서도 긴장감이 덜하다. 가속페달을 조금 더 밟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운전자의 몸이 차의 성능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시트는 몸을 제대로 지탱해준다. 허벅지와 등, 옆구리 등을 편하게 받쳐주고 좌우로 턴 할 때마다 몸을 지지해주는 안정된 느낌이 좋다. 이런 느낌이 차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는 요소들이다. 언듯 보기에 별것 아닌 사소한 부분들이 모여 포르쉐를 완성하는 것이다.


신나게 달리는 동안에는 디젤 엔진인지 가솔린 엔진인지 느껴지지도 않는다. 신경 쓸 일도 없다. 빨리 달리며 스티어링과 가속페달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다른데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소리나 떨림 진동은 디젤인지 모를 정도다. 파나메라의 디젤 엔진이 포커페이스에 성공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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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측기를 통해 측정한 가속시간은 놀랍다.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6.35초에 블과했다. 메이커 공식 기록보다 빠르다. 가속거리는 104.46m. 불과 100m 거리에서 시속 100km 까지 속도를 올린 것이다.


  


급제동을 하면 비상등이 깜박인다. 포르쉐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엔진만큼이나 정교하게 설계된다. 제동이 전제되야 성능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앞에는 6개의 피스톤을 가진 알루미늄 모노블록 고정 캘리퍼 브레이크와 직경 360mm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뒤는 4 피스톤 알루미늄 모노블록 고정 캘리퍼와 직경 330mm의 디스크가 적용됐다. 포르쉐 세라믹 콤포지트 브레이크(PCCB)는 선택사양이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했다. 계측기를 통해 얻은 제동거리는 35.67m, 제동시간은 2.78초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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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메라는 일반인들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포르쉐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911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노력을 해야하지만 파나메라는 그렇지 않아도 된다.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스포츠카다. 디젤엔진은 효율 경제성까지 갖추고 있다. 빠르게, 단단하게 멋있게 달리는 녀석이 의외로 식욕은 없다. 그것만 먹고 어떻게 이런 힘을 낼까 대견하다. 짱이다. 연비는 최대 15.9km/L에 이른다.


한동안 파나메라는 시내 도로에서 보기 힘든 차였다. 시나브로 많아졌다. 서울 시내를 달리다보면 파나메라가 가끔 보인다. 생각보다 많이 팔린다는 말, 즉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다. 파나메라 디젤 역시 포르쉐의 정밀한 전략에 의해 포지셔닝된 차다. 경제성 효율성을 내게우기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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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크다. 가끔 부담스러울 만큼. 길고 넓은 크기가 호화로운 여유를 가져왔지만 때로는 불편하다. 좁은 주차장에서, 좁은 골목에서 교행할 때, 회전할 때 무척 조심스럽다. 차값이 얼만데 긁히기라도 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어서다. 호화로운 실내공간의 여유를 얻은데 대한 반대급부다. 가장 큰 장점이 때로 불편함을 부르는 단점이 되는 셈이다.


 


사진 / 이승용 www.cameraeyes.co.kr / 박인범 (LIZ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