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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

달달한 아이스크림 같은 혼다 시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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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11-16 11:15 조회6,84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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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시빅을 만났다. 9세대 모델이다. 1972년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시빅은 일본에서는 물론 미국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인기의 비결은 연비였다. 75년에 미국에 데뷔한 시빅은 갤런당 40마일(약 16.9km/L)에 달하는 놀라운 연비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오일쇼크를 겪은 직후의 미국에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차였다. 당시 시빅은 일본차 바람을 몰고 온 장본인이었다. 
시빅은 미국에서 이룬 혼다 신화를 지탱하는 큰 기둥이다. 중형 어코드가 미국 중산층을 파고들었다면 시빅은 서민들의 인기를 얻으며 오늘의 혼다를 만든 것이다. 혼다의 전설을 쓴 대표 주자다.  40여년의 세월을 지내온 시빅이다. 아무 차나 누릴 수 있는 역사가 아니다. 오랜 세월을 존재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혼다의 핵심 차종인 시빅의 새 모델이 이제 한국 소비자들을 찾아 현해탄을 건너왔다. 시빅을 선보이는 혼다는 자못 비장한 모습이다. 곤두박질치는 판매를 끌어올릴 막중한 소임을 가진 차여서다. 강원도 춘천에서 새로 나온 혼다 시빅을 탔다. 시승모델은 1.8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두 차종.


깔끔하고 쨍한 디자인이다. 각과 선이 살아있는 앞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릴 한 가운데 자리한 가문의 표시 H 마크가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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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길이는 4550mm로 5mm가 줄었고 휠베이스는 이전 보다 30mm가 줄었다. 작아진 것. 하지만 실내 공간은 10mm 가량 늘었다고 혼다는 설명했다. 뒷좌석 레그룸은 40mm 가량 늘었다는 설명이다. 앞 시트를 앞으로 조금 당겼고 밑으로 낮춰 뒷좌석 공간을 넓힐 수 있었다는 것.차폭은 5mm 늘렸고 높이는 5mm 낮췄다. 작고 낮아진 대신 옆으로 폭은 늘렸다. 제한된 크기에도 실내 유효공간은 넓어졌다는 설명.


계기판은 상하로 구분했다. 핸들에는 오디오와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배치시켜 핸들을 쥔 채로 조작할 수 있게 했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석 방향으로 살짝 틀어 운전자가 편하게 보고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배려했다.


뒷좌석 바닥은 평평하다. 센터터널이 솟아 오르지 않아 공간의 효율성이 크다. 의외로 넓은 뒷공간은 성인이 앉기에 부족하지 않다. 머리 윗공간은 여유가 없다. 키가 큰 사람이 앉는다면 머리가 천장에 닿을 수도 있겠다. 시트에 앉으면 숄더 라인이 낮아 초겨울의 바깥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시야가 탁 트였다. 시트는 여유가 없다. 큰 엉덩이가 꽉 찬다. 옆구리를 받쳐주는 느낌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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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와 고속도로를 달리는 50여 km 구간이 시승 코스. 강원도의 풍경 속으로 7대의 시빅이 달리기 시작했다. 손에 쥐는 맛이 좋은 핸들은 조금 작은 듯하다. 핸들은 3.2회전한다. 조금 여유 있는 조향감이다. 칼 같은 핸들링보다 부드럽고 여유 있는 조향비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핸들이다.


딱 좋은 저스트 파워 142마력은 공차중량 1,275kg인 차체를 경쾌하게 끌고 간다. 팡팡 터지는 괴력은 아니다. 가속페달을 지긋하게 밟고 나가면 끈기 있는 힘이 드러난다. 초반 가속은 더디다. 하지만 속도가 150km/h 이상 올라가도 가속감은 살아 있다. 초반보다 후반에서 가속력이 더 도드라진다. 뒷심이 살아있는 가속감이다. 에코모드는 시속 140km가 한계다. 그 이상의 속도로 달리면 계기판에 초록색 표시는 사라져 버린다. 당연한 일이다. 연비를 좋게 하려면 그 이상 달릴 생각을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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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에서 힘을 받아 고속주행을 하면 쭉 뻗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좋다. 직진가속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작은 차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방향을 틀거나 코너에서 횡G가 걸릴 때에는 안정감이 흔들린다. 직진 주행 때의 안정감이 순간적으로 흐트러지는 것. 고속에서 타이어 소음과 바람소리도 조용한 편은 아니다.


시빅의 EPS는 오버스티어와 언더스티어를 막아주는 모션 어탭티브 기능을 더해 한 단계 더 나은 기능을 갖췄다. 고강성 철강 비율을 높여 무게는 줄였고 차의 강성을 높였다. 비틀림 강성도 10% 정도 좋아졌다. 딱딱하지 않은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좋게 한다. 앞에는 맥퍼슨 스트럿, 뒤는 멀티 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서스펜션 스트로크는 늘어났다. 단단한 맛을 덜어내고 부드러운 주행을 노린 세팅이다.


1.8 리터 엔진은 142마력, 17.7kgm의 토크를 갖췄다. 연비는 14.5km/L로 1등급에 버금가는 2등급 수준이다. 1.8 엔진에 최적화한 5단 자동변속기, 엔진의 마찰저항 감소, 에어로 다이내믹, 구름저항을 줄인 타이어, 브레이크 저항 감소 등을 통해 기존 모델 대비 9.4%의 연비 향상을 이뤄냈다.


운전 코치 효과가 있는 에코 어시스트 기능을 적용했다. 속도계 주변 컬러를 에코 모드일 때에는 초록색, 그렇지 않을 땐 파란색으로 표시해 운전자가 좀 더 좋은 연비를 얻을 수 있게 한 점도 눈에 띈다. 6개의 에어백을 적용해 기본적인 안전도 확보했다. 기본 모델인 1.8 LX에는 사이드 커튼 에어백이 제외된다.


인텔리전트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i-MID)는 연비, 오디오, 사용자 지원관련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표시해준다. 5인치 컬러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되는 위치여서 더 효과적이다.


시빅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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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모델은 파란색이 더해진다. 보디 컬러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클리어 블루렌즈를 적용했고 15인치 타이어를 사용해 연비 우선의 상품구성을 확보했다. 리어램프는 투명 렌즈와 LED 램프를 적용해 차별화했다.


엔진은 1.5 리터 IMA 시스템을 적용했다. 모터 출력은 15kw에서 20kw로 강해졌고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효율을 높였다. 변속기는 무단 변속기를 썼다.  연비는 24.7km로 초저공해 자동차 인증을 받았다.
시동 버튼을 빨간색으로 만들어 시선을 붙든다. 모터와 엔진이 표시되는 동력 모니터도 하이브리드 모델의 특징. 도로상황과 주행 상태에 따라 엔진과 모터의 파워 조합이 수시로 변한다. 이전  하이브리드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에너지 회생이 이루어졌지만 신형에서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바로 에너지 회생 시스템이 작동한다. 단 한 방울의 에너지도 아끼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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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설명에 따르면 시속 30km 미만에서 전기 모터만으로도 구동한다고 하지만 실제 운전할 때 이를 체험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 운전 상황에서는 기대하지 않는 게 낫겠다.


차가 멈추면 시동도 꺼진다. 한참을 달리다 신호등에서 시동이 꺼질 때 찾아드는 적막함은 때로 무척 낯설다. 엔진소리와 바람소리 등등이 모두 사라지고 갑자기 조용해지는 실내는 딴 세상으로 순간이동한 듯 한 착각을 부른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심플함이 생명이다. 가솔린 엔진에 모터와 배터리만을 더한 간단한 구조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만드는 것. 전기 모터는 보조 동력원으로 이용할 뿐 모터가 엔진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엔진과 모터를 대등하게 하기 위해 무겁고 복잡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하는 대신 경량 모터로 심플하고 가볍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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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은 부드러웠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가솔린 모델도 그랬다. 달달한 아이스크림처럼 소프트하고 부드럽다. 시대의 흐름에 맞춘 결과다. ‘기술의 혼다’를 느낄 수 있는 성능보다 효율이 지배하는 시장에 맞춰진 시빅이었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맛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혼다의 피를 느끼고 싶어하는 이들에겐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판매가격은 △가솔린 lx 2690만원 △ex 2790만원 △하이브리드 3690만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왼쪽 발 공간이 좁고 어중간하다. 페달이 자리한 안쪽 공간에는 왼발이 자리하는 곳이 비좁다. 왼쪽으로 뭔가가 툭 튀어나와 있어 왼발 공간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자동변속기라 왼발의 불편함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편안한 자세를 잡으려고 왼발을 편하게 뻗으면 어딘지 어색해진다.
6단이 아닌 5단변속기는 그렇다해도 일자형 변속레버는 덜 세련돼 보인다. 수동변속을 못할 바 아니나 팁 트로닉 방식이 보편화된 요즘에는 어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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