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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

쏘나타, 이젠 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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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07-21 21:46 조회3,4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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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쏘나타의 라인업이 달라졌다. 2012년형 모델이 나왔고 여기에 2.0 터보를 투입하는 대신, 2.4 GDi 모델은 단종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기존 그대로 판매를 이어간다. 새로운 쏘나타 트리오로 라인업을 짰다. 그중 쏘나타 2.0 GDi 터보를 자유로와 파주 전곡 일대에서 시승했다.


현대의 승용차에 터보 엔진이 등장한 것은 근 20년만의 일이다. 90년대 초 스쿠프 알파 엔진에 터보를 얹었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당시 따근따근한 스쿠프 터보를 몰고 시승했던 기억이 새롭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시트가 뒤도 젖혀진 뒤 밀고 나가는 엄청난 가속감은 국산차에선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터보가 스쿠프에 적용된 후 바로 퇴장한 것은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현대차의 컨셉트 문제였다. 고성능을 추구하기 보다는 자연흡기 엔진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세단을 제대로 만드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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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다시 등장한 터보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성능 스포츠 세단의 등장이라는 의미도 크겠지만 그보다는 엔진 다운사이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2.0 GDi 터보가 2.4GDi 엔진을 대체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엔진 배기량을 낮춰 다운사이징을 감행하고 부족해지는 출력은 터보와 인터쿨러를 이용해 보완 한 것이다.


쏘나타는 2012년형을 출시하면서 라디에이터 그릴에 약간의 변화를 줬지만 쏘나타 터보는 이전 그릴을 그대로 사용한다. 인터쿨러로 흡입되는 공기의 양을 확보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2년형 쏘나타 트리오의 그릴은 모두 제각각 달라졌다. 변화된 그릴, 이전 그릴, 그리고 하이브리드의 헥사고날 그릴.


3개 버전으로 확대된 디자인은 현대차의 디자인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다. 같은 이름을 가진 모델이 제각기 다른 모습을 가진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다. 디자인 다양화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디자인 혼선으로 보인다. 갈피를 못 잡는 것이다. 


국내시장에서만큼 해외에서도 지적이 많았다면 현대차는 당연히 그릴을 교체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혹평을 받을 뿐, 해외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반응은 정반대다. 결국 약간의 디자인 수정을 하는 선에서 성의표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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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변화가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의문이다. 옷이 마음에 안든다며 다른 옷 사달라고 조르는데 엄마는 돈 없다며 수선집에서 살짝 고친 옷을 내민 셈이다.


디자인 변화는 거의 없다. 이전 그릴을 사용해 2012년형과 그릴이 다르고, GDi 터보 로고가 박힌 것, 그리고 새로워진 18인 치 휠, 그리고 LED 리어콤비네이션 램프 정도가 쏘나타 터보만의 달라진 모습. 밤에 차에서 내릴 때 불이 켜지는 사이드미러 퍼들램프도 있다. 언 듯 봐선 변화를 알아채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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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에선 LED 룸램프가 적용됐고 필러트림에 직물소재를 썼다. 김서림 방지장치인 오토 디포그 시스템. 이 사양들은 모두 K5터보엔 없는 쏘나타의 이른바 우세사양들이다. 이밖에 송풍구와 도어 손잡이 주변에 나무패턴을 적용한 필름을 덧댔다. 글러브 박스에는 음료를 차갑게 식혀주는 쿨링 기능을 적용했다.


핸들은 정확히 3회전한다. 핸들에는 패들시프트가 달려있다. 왼쪽이 다운, 오른쪽이 업이다. 핸들에 부착돼 있어 보기에도 자연스럽고 조작하기도 편하다. 핸들은 가볍다. 편하게 움직일 수 있다. 정지상태는 물론 저속 주행 중에도 아무런 저항감 없이 편하게 획획 돌릴 수 있다.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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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의 반응도 소풍가는 아이들 발걸음처럼 경쾌하고 가볍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아무런 무게감 없이 쭉쭉 치고 나간다.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터보 랙이다. 가속페달을 밟고 터보가 작동하기까지 시간차가 발생하는 것.


현대차는 터보 랙을 줄이기 위해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를 적용했다. 1, 4번과 2, 3번 실린더의 배기 유로를 구분해 배기간섭을 줄여 응답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터보 랙이 줄어들긴 했지만 사라지진 않았다. 그 순간을 지나면 팡팡 터지는 터보의 힘이 짜릿하게 다가온다. 주체할 수 없는 힘. 20년 전 만났던 스쿠프 터보도 그랬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느끼는 가속감, 거침없는 질주다. 가속감이 대단하다. 속도가 높아지면 가속이 더뎌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더구나 2.0 엔진이라면 당연한 얘기지만 쏘나타 터보엔 해당되지 않는다. 140, 180km/h를 넘기고 200km/h를 터치하고도 힘이 남아 가속이 이어진다. 보어 스트로크가 86mm로 동일한 스퀘어 엔진의 펀치력은 공차중량 1,520kg의 차체를 솜털처럼 가볍게 끌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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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엔진에서 이런 힘이 나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271마력의 힘을 내는 2.0 엔진은 찾기 힘들다. 2.4 GDi 엔진 보다 무려 70마력이나 세졌다. 수입차 중에서 고른다면 닛산 알티마 3.5가 271마력의 힘을 낸다. 벤츠  E350 카브리올레가 272마력이다. 2.0 엔진이 3.5 엔진과 맞먹는 셈이다. 골프 GTI가 2.0 터보지만 최고출력은 211마력에 머문다. 이와 비교하면 쏘나타 터보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최대토크는 37.2kgm로 1,70~4,500rpm 사이에서 고르게 터진다. 중저속 영역에서 충분한 토크를 쓸 수 있다. 


문제는 전체적인 균형과 완성도다. 강한 힘을 받쳐주기 위해서는 강한 섀시가 필요하다. 고속에서 흔들림 없게 차체를 지지하고 코너에서 차의 무게를 견뎌내며 도로를 움켜쥐게 해주는 강한 섀시가 있어야 강한 엔진이 비로소 제대로 빛을 발한다. 쏘나타 터보의 아쉬움이다.


시속 100km 전후까지의 일상적인 주행영역에서 쏘나타의 서스펜션을 훌륭하다. 노면의 잔 진동을 제대로 걸러주고, 과속방지턱을 치고 나가면 뒤가 조금 더 크게 진동하지만 지난 후의 잔 진동은 거의 없다. 깔끔하게 흔들림을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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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속도를 높이면 조금 다르다. 고속주행을 하면 차체가 조금 떠서 달리는 듯 하고 타이어의 그립도 흔들린다. 흔히 고속주행에서 바닥에 붙어 달리는, 쫙 깔리는 맛은 부족했다.


가속페달에는 킥다운이 없다. 저항 없이 끝까지 밟힌다. 경계가 없어 밋밋하다. 경계선이 없어서다. 변속은 부드럽게 이뤄진다. 계기판을 보지 않아도 변속하는 느낌이 오지만 대단히 부드러워서 신경 쓰이지 않는다.


와인딩 코스가 이어지는 길. 조그만 틈새라도 있으면 쉽게 추월가속을 할 수 있다. 오르막이어도 상관없다. 원할 때 원하는 만큼의 힘을 충분히 내준다. 하지만 코너에 과도하게 진입하면 혼란스럽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 제동을 하면 차체가 흔들린다. 힘은 좋은데 뒤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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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변속모드가 있는 자동 6단 변속기는 손에 쏙 들어와 손맛이 제법이다. 수동변속모드로 가속을 이어가면 강제변속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1단에서 60km/h, 2단에서 100km/h에 도달하면 변속을 하지 않고 그대로 버틴다. 운전자가 시프트 업을 해야 비로소 긴장을 풀며 변속이 일어난다.


운전자의 의지를 존중하는 세팅이다. 강하게 몰아치며 운전을 하고 싶은데 rpm이 올라가다 스르르 변속이 일어나버리면 재미없다. 그런 면에서 이런 방식의 변속기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송풍기능이 있는 시트는 시원했다. 차가운 바람을 내보내 땀에 찬 몸을 식혀준다. 더운 여름에 더 없이 좋은 편의 장치다.
엔진 소리는 나름대로 특색이 있다. 스포츠카의 굵고 낮은 톤은 아니지만 좁은 관을 빠져나가는 배기음은 잘 튜닝돼 있어 듣기 좋다. 부담감 없이 펀 투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괜찮은 사운드다. 중저속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소리가 제법 들이지만 속도를 높여 고속주행 영역에 접어들면 바람소리가 커진다. 물론 일상주행 영역에선 바람소리도 엔진 소리도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들리는 듯 마는 듯 했다.


터보를 장착한 고성능 모델이지만 경제운전을 위한 액티브 에코 모드도 있다. 변속시점과 엔진 반응 등이 연비 위주로 작동해 기름 소비를 줄여준다. 쏘나타 터보의 공인연비는 12.8k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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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측기를 달고 가속성능을 체크했다. 35도의 폭염에도 불구하고 에어컨을 끈 채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제로백을 쟀다. 제로백 베스트 기록은 113.48m 7.4초였다. 메이커 발표치 7.0초보다 뒤진 기록. 하지만 10여차례 측정한 결과는 대부분 8초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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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성능은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해 제동거리와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3.07초, 44.29m. 급제동을 했지만 비상등이 작동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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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터보의 등장은 단조로운 승용차 시장의 폭을 넓히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현대차 라인업이 풍요로워지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세단과 쿠페, SUV에 이어 벨로스터처럼 장르구분이 어려운 차종까지 보디 스타일을 다양화한 현대차가 GDi 엔진 라인업을 완성하고 이제 터보를 들고 나온 것이다. 더블클러치 변속기도 이미 벨로스터에 적용하는 등 현대차를 이루는 구성요소들이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에 따라 우리의 자동차 문화도 좀 더 다양해지고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다. 쏘나타 터보만 해도 고성능 모델을 좇아 수입차를 기웃거리던 마니아들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판매가격은 고급형이 2,850만원, HID 헤드램프,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슈퍼비전 클러스터, 운전석 메모리 시트 등이 더해지는 최고급형이 2,960만원이다. 기존 2.4 GDi 엔진 모델에 비해 각각 38만원과 40만원이 싸졌다고 현대측은 설명했다.


쏘나타 터보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K5와의 대결이다.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을 똑같이 쓰다 보니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디자인과 편의장치, 브랜드 이미지 정도로 소비자들의 선택이 갈릴 것이다. 소비자들의 판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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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엔진과 섀시의 조화가 아쉽다. 힘은 넘쳐 앞서가는데 섀시는 걸맞는 강성을 갖추지 못했다. 섀시가 약하게 아니라 엔진이 강한 탓이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맞추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섀시 보강이 필수적이다. 그러면 환상적인 스포츠 세단이 될 수 있겠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패들시프트는 약하다. 마그네슘 등 강도가 높은 재질을 사용하는 게 좋겠지만 플라스틱이어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강한 게 좋겠다. 트렁크의 천정은 맨철판이 드러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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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