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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품은 선비, 폭스바겐 투아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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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07-18 21:49 조회7,374회 댓글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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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새로 내놓은 투아렉이 한국에 상륙했다.


지난 7월 초 국내 출시한 투아렉은 V6TDI 블루모션과 V8 TDI R 라인 두 모델이다. 투아렉 이라는 이름은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서부지역에 사는 종족 이름에서 따왔다. 낙타를 키우며 통상과 약탈을 생활수단으로 한다는 종족이다. 폭스바겐이 아프리카의 종족 이름에서 차명을 따온 것은 아마도 다카르랠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투아렉은 2009년 죽음의 랠리로 불릴 정도로 최악의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는 다카르랠리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아니었다. 경기가 열리는 지역의 치안 불안으로 2009년부터 남미에서 다카르랠리가 열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하라 일대의 치안불안에 투아레그 족이 한 몫을 담당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다. 어쨌든 투아렉은 이후 2011년까지 내리 3년 연속 이 대회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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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렉은 몇 가지 의미 있는 기록을 갖고 있다. 155톤짜리 보잉 747 비행기를 끌었다. 2006년 영국 던스폴드 에어돔에서의 일이다. 해당 모델은 최대토크 76.5kgm의 토크를 가진 V10 TDI 모델이다. 투아렉이 비행기를 끄는 한 장의 사진은 실제 상황이었다. 강력한 토크를 가진 엔진뿐 아니라 파워트레인의 강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 기록이다. 지난 7월 국내 출시한 투아렉 V8 TDI R 라인은 엔진 기통수는 줄었지만 최대토크가 81.6kgm로 보잉 비행기를 끌었던 V10모델보다 강한 토크를 낸다.


투아렉이 가진 또 하나의 기록은 자동차로 가장 높이 올라갔다는 것. 2005년의 일이다. 당시 투아렉은 칠레 안데스 산맥의 해발 6,081m 고지까지 올라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투아렉 V6  TDI 블루모션을 시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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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간결하고 차분한 디자인이다. 헤드램프와 그릴 등이 변했다. 폭스바겐의 패밀리 룩이 적용된 모습. 골프와 비슷한 모습이 보이는 이유다. 헤드램프를 감싸는 LED 램프는 짙은 아이라인처럼 보인다. 혹은 보석 같기도 하고 눈물방울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 달리 보이는 묘한 매력이 있는 얼굴이다. 1,735mm의 높이가 강하고 당당함으로 보여준다. SUV답게 강인함이 깃든 디자인이다.


대부분의 자동차에서 신형은 구형보다 크다. 투아렉도 마찬가지다. 41mm가 길어졌다. 덩치는 커졌지만 무게는 줄었다. 시승차인 블루모션의 경우 201kg을 감량했다. 공차중량 2,380kg. 감량했다고는 하지만 만만치 않은 무게다. 


절제된 디자인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화려하고 현란한 디자인은 대게의 경우 자격지심이다. 없는 것을 있어보이게 하려는 과장된 디자인이 현란한 재주를 피운다. 혹은 엔지니어링을 무시하는 디자이너의 과욕이 그런 과장을 부르기도 한다. 투아렉의 절제되고 단정한 모습에서 폭스바겐의 힘을 느낀다.


이렇다 할 선이 없는 모습이다. 선의 날카로움보다 면의 부드러움을 극적으로 살린 디자인. 부드럽고 포근함이 보는 이에게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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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많은 정보가 뜨는 계기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식하기가 편하다.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볼 수 있다. 빠르게 달리는 과정에 봐야하는 계기판은 많은 정보를 나타내기보다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보여줘야 한다. 많은 정보를 표시하려면 복잡해지고, 한 눈에 보기도 어렵다. 너무 단순화하면 필요한 정보를 보여주기가 힘들다. 타코미터와 속도계 사이에 높은 해상도를 가진 TFT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센터페시아는 단순하다. 8인치 터치스크린 방식의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시원하다.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몇 개의 버튼과 공조스위치가 전부다.


뒷좌석은 여유 있다. 무릎공간은 물론 머리 윗공간도 넉넉하다. 좁고 답답한 세단의 뒷좌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만큼 여유롭다. 게다가 지붕에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있어 하늘 풍경을 시원하게 펼쳐준다. 선루프를 통해 때마침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는 느낌도 색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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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재질은 질감이 매우 좋았다. 핸들과 변속레버, 각종 버튼 등 손이 닿는 부분의 질감이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장이 넓어 시야가 탁 트인다. 넓고 시원한 시야는 SUV를 타는 맛 중 하나. 투아렉은 그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마음에 드는 것은 시트다. 운전석에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으면 몸에 딱 맞는 슈트를 입은 듯 시트의 각 부분이 몸에 밀착된다. 엉덩이, 허벅지, 옆구리 등이 시트에 밀착되는 느낌이 좋다.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뒷좌석은 또한 쉽게 접을 수 있어 필요에 따라 트렁크 적재공간을 넓힐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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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폭우가 쏟아졌다가 잠깐 잦아들었다가 햇볕도 보이는 변화무쌍한 날씨에 시승을 했다. SUV라면 이런 날씨도 나쁠 게 없다. 거친 환경에서도 제대로 달릴 수 있어야 하는 게 제대로 된 SUV다. 흔히 도심형 SUV를 표방하며 사륜구동을 생략한 채 겉모습만 SUV인 차들은 진짜 SUV라고 할 수 없다. 조금만 미끄러워도, 바퀴 하나만 수렁에 빠져도 쩔쩔맨다면 그건 SUV라 할 수 없다.


투아렉은 SUV의 진수를 보여줬다. 폭우를 뚫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고속질주 했고, 질척한 진흙구덩이 길을 보란 듯이 달렸고 급경사 내리막을 브레이크 한 번 밟지 않고 움직였다. 이 정도는 돼야 SUV라고 말하는 듯 했다.


사륜구동의 안정감은 도로가 안 좋을 때 빛을 발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길을 달리는 데 차가 미끌리거나 흔들림이 없다. 시속 100km 정도는 아주 편안하게 달렸다. 투아렉에는 폭스바겐의 사륜구동 기술인 4모션이 적용됐다. 풀타임 방식이다. 주행상황, 노면상태에 따라 구동력을 적절하게 활용해 안정적으로 차를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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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단 변속기에 힘입어 시속 100km에서도 rpm은 겨우 1,600에 머문다. 차분하다. 킥다운을 걸면 240마력의 짜릿한 가속감이 시작된다. 거침없는 질주는 시속 200km도 수시로 넘본다. 7, 8단은 오버드라이브 상태다. 6단까지 충분한 가속을 이어갈 수 있게 했고 7, 8단은 효율을 고려했다. 도로에서 힘이 부족할 일은 없다. 원할 때 원하는 만큼의 힘을 충분하게 뽑아낼 수 있다. 얌전한 모습 안에 엄청난 파워가 숨어 있었다.


고속에서도 실내에서 들리는 바람소리는 작았다. 시속 100km에서는 바람소리를 거의 느낄 수 없고 130km/h 이상은 돼야 풍절음이 시작됐다. 세단이 아닌 키 큰 SUV로서는 놀라운 수준이다. 바람소리를 이기는 엔진 소리는 매력적이다. 잘 다듬어진 소리라 rpm을 높게 사용해도 엔진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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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오디오의 음질은 기대 이상이다. 입체감 있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귀에 착착 감긴다. 비가 와서 였을까,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훨씬 분위기 있게 들렸다.
비가 내리면 와이퍼 작동 스위치를 따로 작동하지 않아도 스스로 와이퍼가 움직여 빗물을 쓸어준다. 비가 내릴 때 아주 유용하다.


파크 파일럿도 유용한 장치다. 주차할 때 차의 전후좌우를 모니터에 비춰준다. 좁은 길을 움직일 때, 주차할 때, 폭스바겐 코리아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아슬아슬하게 좁고 긴 길을 운행할 때 더 없이 좋다.  


운전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운전하는 동안에 받는 스트레스는 대게 소리, 흔들림, 그리고 속도에서 온다. 적막강산 같은 실내가 아니라 엔진소리, 때로는 바람소리도 들리는 실내지만 이로 인한 불안감은 없다. 흔들림은 거의 없고 어쩌다 만나는 노면쇼크도 단단한 서스펜션이 잘 걸러줬다.


강한 엔진, 8단변속기, 사륜구동, 단단한 서스펜션에 더해 차체의 강성이 조화를 이루며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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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주행모드를 온로드에서 오프로드로 세팅하고 간단한 오프로드에 들어섰다. 때마침 내리는 폭우로 진흙길은 미끄러웠고 깊은 웅덩이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길이었다. 이륜 SUV에겐 이 정도도 제법 심각한 길이었겠지만 투아렉에게는 가벼운 산책길에 불과했다. 네 바퀴는 노면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한 치의 미끌림도 없이 여유 있게 달렸다.


오르막에서 정지후 출발할 때엔 힐 어시스트가 작동해 뒤로 밀림 없이 출발했다. 경사각도가 큰 내리막에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차 스스로 엔진 브레이크를 작동하면서 천천히 내리막길을 움직였다. 내리막에서 살짝 가속페달을 밟아도 좋을 만큼 엔진 브레이크는 강하게 작동했다.


오프로드에서도 온로드 못지않은 강한 성능을 보였다. 하지만 거친 하드코어 오프로드를 제대로 즐기기에 부담스럽다. 거친 길을 달리려면 때로 어느 정도 차의 손상을 각오해야 한다. 스크레치만 나도 아까운 차인데 오프로드를 달리다 깨지거나 고장이라도 나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놀라운 것은 사륜구동시스템을 얹어 2.4톤에 이르는 무게를 가진 이 차의 연비가 11.6km/L라는 사실이다. 차가 서면 엔진이 따라서는 스타트스톱 시스템, 브레이크 에너지를 배터리로 모아두는 에너지 회생시스템, TDI 디젤 엔진의 효율 등이 어우러져 이 같은 연비를 만들어 냈다.


엔진 스타트 스톱 시스템은 여러 번 접했던 기술이지만 접할 때마다 새롭다. 차가 멈추면서 엔진도 함께 스톱할 때 실내를 덮치는 적막감은 참 묘한 느낌이다. 어색한 사이의 두 사람이 차를 타고 갈 때 이런 순간이 오면 진짜로 어색하겠다. 잔잔한 엔진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순간적인 적막. 이럴 땐 살짝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 주면 된다. 조용한 엔진소리가 어색한 적막을 깨줄테니.


투아렉은 칼을 품은 선비를 닮았다. 부드럽고 단아한 디자인, 그 안에 담겨진 날카롭고 강력한 성능 때문이다. 독일에서 왔지만 한국에도 무척 잘 어울리는 차다.


판매가격8,090만원.  V8 TDI R 라인은 1억1,47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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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스페어타이어와 리페어킷이 함께 있다. 둘 중 하나는 없어야 하는 것 아닐까. 문제는 스페어타이어가 접이식이라는 데 있다. 펑크가 나면 리페어킷에 있는 컴프레서를 꺼내 자동차의 배터리에 연결한 다음 접이식 타이어에 바람을 집어넣고 타이어를 교체해야 한다. 펑크 수리후 스페어타이어를 다시 집어넣으려면 최대 10분정도 기다려야 바람이 다 빠진다. 일반 운전자가 제대로 쓰기엔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그냥 일반 스페어타이어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펑크 수리가 가능한 리페어킷을 적용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핸들의 틸트 & 텔레스코픽 기능은 수동이다. 없는 것 보다 낫지만 그래도 이 정도 고급차라면 틸트 & 텔레스코픽 작동방식이 전동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고급스러운 느낌을 깨버리는 부분이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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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 <오토다이어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