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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가로본능, BMW 650i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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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07-12 13:19 조회3,7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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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컨버터블의 계절이다. 지붕을 활짝 열어 작열하는 태양을 마주하고 상쾌한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달리기에 딱 좋은 계절. 굳이 여름이 아니어도 컨버터블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지붕을 열고 달릴 수 있는 컨버터블은 인간의 노출 본능을 자극한다. 마치 무대 위에 오른 듯, 모든 이의 시선에 노출되는 차가 바로 컨버터블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차다. 토플리스 차림으로 해변을 거닐 듯, 웃통을 벗어버리고 거리를 달릴 수 있는. 그래서 섹시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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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소개한 신형 컨버터블, 650i 컨버터블이 오늘의 시승차다. 4인승 컨버터블이다. 2인승 로드스터로 만들어지는 컨버터블과 달리 이 차는 컨버터블의 패션에 더해 4인승이라는 기능성까지 갖췄다. 4인 가족이 혹은 두 커플이 제대로 기분 내며 달릴 수 있는 차다. 물론 뒷좌석은 조금 좁지만  컨버터블의 멋에 4인승이라는 기능성까지 갖춘 셈. 게다가 BMW 프리미엄 럭셔리 컨버터블이다.


BMW 6시리즈는 1930년대부터 이어지는 BMW의 쿠페와 컨버터블의 역사가 녹아 있다. 327, 507 로드스터, 503카브리오, 3200CS 등이 BMW 6시리즈의 혈통이다. 6시리즈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76년. 이후 2003년에 2세대 모델이 등장했고 오늘에 이르러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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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본능. BMW 650i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눈길이 가는 곳 마다 길쭉 길쭉한 가로 위주의 디자인이다. 길이가 4,894mm에 차 높이는 1,365mm에 불과하다. 길고 낮은 자태가 뿜어내는 아우라가 만만치 않다. 가로로 길게 배치된 대시보드, 가로로 긴 모니터, 역시 가로가 긴 룸미러, 이를 통해 보이는 뒷 시야 등등 유난히 가로가 강조된 모습이다. 안정감이 넘친다. 보디 라인들은 모터 보드의 뱃머리에서 퍼지는 물결을 형상화 했다는 설명이다. 시원하게 물결을 헤치며 달리는 보트러첨 도로 위를 헤엄치는 자태를 형상화한 선들.
바이제논 헤드램프와 이를 둘러싼 LED 엔젤링이 정면을 노려보는 포스를 뿜어낸다. BMW의 변함없는 키드니그릴은 코처럼 앞으로 살짝 돌출돼있어 디자인 포인트를 이룬다.
소프트 탑이다. 하드탑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검정색 천으로 만든 지붕을 택했다. 컨버터블이라는 정체를 숨기지 않고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것. 하드탑을 적용해 세단이나 쿠페처럼 보이기를 거부하고 오로지 컨버터블임을 강조하는 디자인이다. 이 지붕은 3조각으로 나뉘어 접힌다. 트렁크 한 가운데 자리한 커다란 원형 BWM 엠블렘은 트렁크 손잡이이자 후방 카메라가 숨겨진 곳이다. 후진을 할 때에는 그 안에서 카메라가 나와 뒤를 보여준다.


4인승이지만 뒷좌석은 좁다. 온전히 4인승이라기보다는 2+2 시트다. 좌우가 분리된 확실한 공간을 마련했지만 무릎이 앞 시트에 닿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나마 지붕을 닫았을 때에 머리 위 헤드룸을 넓게 배려해 머리가 걸릴 일은 없을 듯하다. 가죽시트에는 태양광 반사기술이 적용됐다. 가죽이 태양광을 흡수하게 되면 오픈 드라이빙을 할 때 시트가 데워지는 효과가 나는데, 태양광을 반사시켜 열을 흡수하지 않게 되는 것. 그만큼 쾌적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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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계기판은 드라이빙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계기판에 자리한 이피션트 표시판. 회생제동 장치가 작동하는 것을 보여준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파란 표시가 활성화되면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것을 보여준다. 시각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보여줘 운전자로 하여금 경제운전을 하도록 유도한다. 정지할 때 엔진이 멈추는 스톱&고 기능은 없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한 발 더 발전했다. 풀컬러 3D 방식이다. 색을 입힌데다 입체감이 더해졌고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훨씬 다양한 정보를 전해준다. 계기판을 보지 않고 정면만 보고 운전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독일 본사가 직접 개발했다는 BMW만의 K내비 역시 만족할만하다. 10.2인치 모니터를 통해 시원하게 보이고 정확하게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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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터보 V8 가솔린 엔진은 407마력의 엄청난 힘을 토해 낸다. 트위파워 터보를 장착해 400마력의 강한 힘을 토해내는 엔진을 부드럽게 조율하는 건 8단 자동변속기다. 8단 자동변속기가 폭넓은 속도 구간을 촘촘히 끊어서 가속한다. 가속을 하면 부지런히 변속이 일어나는 것을 rpm 게이지가 알려준다. 변속 순간은 알아채기 힘들정도로 부드럽다. 부드럽고 빠른 변속은 가속력이 힘을 잃지 않도록 몰아친다. 407마력의 강한 엔진과 이를 내조하는 변속기의 궁합은 환상이다. 금슬 좋은 부부가 따로 없다. 엔진이 신랑, 변속기는 각시다.
파워트레인의 잘 조율된 힘에 더해 시트 포지션도 낮게 위치해 도로에 밀착돼 달리는 맛이 체증이 뚫리는듯 시원하다. 가속페달을 살짝 터치하면 시트가 몸을 밀고 나가는 힘이 실체를 드러낸다. 마음먹고 가속하면 시속 100km를 5초대로 끊을 수 있다. 속도를 올리고 나면 바람 소리가 들리고 타이어 마찰음도 들린다.


서스펜션은 4가지로 세팅할 수 있다. 노멀,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순이다. 스포츠 플러스는 궁극의 달리기를 위해 세팅되는 만큼 rpm도 상승하고 하체가 단단해지는 변화를 보인다. 컴포트에서 스포츠로 넘어가면 rpm이 상승한다. 민감하게 반응할 준비를 하는 것. D 레인지 시속 100km에서 1,600을 마크하는 rpm은 스포츠 모드로 세팅하면 2,500rpm으로 수직 상승한다. 스포츠 플러스로 옮기면 rpm은 그대로지만 ESP가 해제되고 급가속을 하면 휠이 살짝 스핀하는 등 좀 더 역동적으로 반응한다. 깊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과감하고 매력적인 가속감이 짜릿하다. 가속이 너무 빨라 저절로 가속페달에서 힘을 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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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탑은 소리에 약하다. 조용하다고 강조하는 BMW 650i도 예외는 아니다. 시끄러울 정도로 요란한 소리는 아니지만 바람소리와 타이어 마찰음이 제법 실내로 들린다. 5, 7 시리즈만큼의 정숙성을 기대하긴 힘들다. 다른 차가 함께 달릴 땐 옆차의 주행소음이 실내로 파고든다. 가속할 땐 엔진 소리도 제법 들린다. 하지만 소리 때문에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은 크지 않다. 차의 안정감이 이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속울음을 우는 듯한 엔진 소리는 조금 더 크고 거칠어도 좋겠다.
핸들은 완전히 감아도 겨우 2.2회전하는데 그친다.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이다. 정지상태나 저속에선 예민해지고 속도를 높이면 조금 더 여유있는 조향반응을 보이는 것. 속도에 따라 핸들의 반응이 변화한다. 핸들 조작에 따라 뒷바퀴도 반응하는 4휠 스티어링 기능도 있다. 60km 미만에서는 뒷바퀴가 앞바퀴의 반대로 움직여 회전반경을 줄인다. 코너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60km 이상에서는 앞 뒤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차선변경을 할 때 차의 거동이 안정을 유지하면서 확실하게 방향을 잡아준다. 물론 뒷바퀴는 앞바퀴만큼 많이 움직이는 게 아니다. 최대조향각도가 3도로 뒷바퀴의 움직임을 알아채기 힘든 정도다. 작게 움직이지만 주행성능에 확실하게 기여하는 조향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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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는 앞이 245/40R19, 뒤가 275/35R19, 런플랫 타이어다. 공기가 다 빠져도 타이어의 사이드 월이 지지해 200km를 더 달릴 수 있다. 스페어 타이어는 따라서 필요 없다. 트렁크공간을 넓게 활용하는데에도 도움이 된다.
시속 40km 이하의 속도에서는 이동중에 지붕을 여닫을 수 있다. 19초에서 지붕이 완전히 접히고 24초가 되면 차창이 완전히 올라와 마무리된다.  오픈 드라이빙을 하면 뒷바람이 신경쓰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BMW 650i는 뒤창이 그대로 남아 있어 윈드 디플렉터 역할을 한다. 뒷바람을 막아주는 것. 옆바람도 차창이 막아줘 실내에서 바람의 간섭은 크지 않다. 80km/h에서도 머리가 휘날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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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터블인만큼 당연히 전복시를 대비한 안전장치가 있다. 롤오버 보호 시스템이다. A 필러와 리어 윈드스크린 프레임에 롤오버바가 내장돼 있어 유사시에 롤오버바가 위로 솟아올라 안전공간을 확보해준다. 이때 시트 벨트도 연동해 탑승객의 몸을 고정해준다. 모두 순식간에 작동하는 안전시스템이다.
컨버터블은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냥 보기 좋은 차로 보고 말 뿐 실제로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기엔 좋지만 그 차를 내가 타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도 부담이고, 뭇사람들의 시선도 부담이다. 그래서 컨버터블은 용기있는 이들의 차다.
또 다른 의미에서 컨버터블은 중요하다. 자동차 메이커의 라인업을 훨씬 풍부하게 해주며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는 차종이어서다. 세단에 지붕을 없애면 컨버터블이지만 컨버터블을 만들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많은 브랜드들이 컨버터블을 판매하고 있지만, 상당수 메이커들은 여태 컨버터블 만들기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톱 5를 자처하는 현대기아차가 대표적이다.
BMW 650i 컨버터블의 판매가격은 1억5,810만원. 연비는 8.1km/L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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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성능
쭉뻗은 9km의 직선도로에서 계측기를 장착하고 가속을 테스트했다. 제로백 타임은 5.28초. 메이커발표치 5.0초보다 0.28초가 느렸다.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린 거리는 82.13m. 100m를 달리기도 전에 시속 100km를 돌파는 것이다.시속 200km 도달 시간은 17.88초, 도달 거리는 634.63m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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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성능
시속 100km 지점에서 급제동을 실시해 완전 정지할 때까지의 시간과 거리를 측정했다. 완전 정지까지 걸린 시간은 2.78초, 제동 거리는 38.24초다. 3초 이내, 40m도 걸리지 않고 완전정지하는 것은 다른 차들과 비교할 때 우수한 제동성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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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뒷좌석은 좁다. 4인승이지만 무릎공간이 좁다. 뒷 좌석 탑승객 2명이 여유있는 공간을 누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붕을 여는 동안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는 점은 불편하다. 최대 24초 지만 버튼을 누르고 있을 때에는 의외로 길게 느껴진다. 원터치로 지붕을 여닫을 수 있으면 좋겠다.


사진 /  이승용 www.cameraeyes.co.kr  박인범 (LIZ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