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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지존, 아우디 A8L W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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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06-22 22:41 조회3,2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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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종류의 차가 있다. 내가 살 수 있는 차와 살 수 없는 차. 오늘 시승할 차는 후자다.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차. 다행히 시승을 업으로 삼고 있는 직업 탓에 꼬박 하루 이 차의 주인 행세를 할 수 있었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한 대 구입했다는 차, 아우디 A8L W12. 무슨 암호 같은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이 이 차의 이름이다.


A8의 롱버전이다. W12기통 엔진을 장착한 최고급 세단. 아우디의 플레그십이다. 6.3리터에 500마력의 힘을 내는 기함이다. 차 값만 2억5,800만원. 일반인들은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차다. 대한민국 최상위 클래스의 VIP들이 이 차의 타깃 고객군이다.


그런데 이 차, 겸손하다. 디자인이 그렇다. A8의 위풍당당함이야 당연하지만, 12기통 심장을 품은 플래그십의 자태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W12 라는 배지가 세군데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눈썰미 있는 사람은 옆모습에서 뭔가 다름을 알아챈다. 130mm가 늘어난 길이. 하지만 그것조차 실제 크기보다 작아 보인다. W 뱃지 말고는 A8과 다른 A8L W12임을 알리는 장치가 없다. 강자의 여유다. 굳이 누가 알아주길 원하지 않는. 그냥 얌전한 자태를 보여줄 뿐이다. 물론 겸손은 생김새에서 그친다. 500마력의 힘이 폭풍처럼 휘몰아칠 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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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쩍 벌려 공기를 최대한 흡입하는 아우디 싱글 프레임 그릴은 여전하다. 그 좌우로 유니크한 라인으로 펼쳐진 헤드램프는 우리가 지금껏 보아오던 헤드램프와 많이 다르다. 차의 주변부에 머물던 LED를 헤드램프로 전격 발탁했던 아우디가 이제 풀 LED 램프로 진화시켰다. 이제 헤드램프에 튜브형 전구를 사용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음을 이 차가 말해주고 있다. 싱글 프레임 그릴에서 헤드램프를 거쳐 휠 아치로 이어지는 라인이 예사롭지 않다. 아우디가 토네이도 라인으로 명명한 디자인 요소다. 콰트로에서 시작되는 아우디의 ‘기술을 통한 진보’는 이처럼 차이 구석구석에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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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호화 옵션이 가득하다. 130mm 늘어난 길이가 그대로 휠베이스에 적용돼 실내 공간이 호사스럽게 넓다. 운전석에서 뒷좌석 오너자리에 앉은 이를 마주 보면 엄청나게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통의 세단에 맞춰졌던 실내에서의 거리감이 이 차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천연가죽 시트, 고급 원목으로 치장한 실내는 단아한 고급스러움을 보여준다. 경박하게 번쩍이거나 튀는 모습이 아닌 ‘진짜 고급’을 보여준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7인치로 시원하게 보인다. 이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주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니터는 대시보드 안에 숨겨져 있다가 시동을 걸면 스르르 모습을 드러낸다.


뒷좌석에는 좌우 시트에 각각 컬러 모니터가 적용됐다. 앞 시트 뒤로 모니터를 장착해 제각각 다른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나이트비전 시스템도 있다. 적외선을 이용해 야간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안전장비. 최고급 세단이라면 당연히 있어야할 장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없다. 없어도 크게 불편할 장비는 아니지만 기대했던 게 없어 의아했다. 플래그십 모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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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우측 시트인 오너석은 럭셔리의 극치를 이룬다. 앞 시트를 최대한 밀어내 오너석 공간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시트는 히팅과 쿨링이 모두 가능하고 길게 누일 수도 있다. 5가지 프로그램의 공기압 마사지 기능이 5단계로 작동한다. 이동중에 맛사지를 받으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중앙 콘솔에서는 테이블이 올라오고 230V 전원도 연결 가능하다. 음료를 넣어둘 수 있는 냉동고도 있다. 뒷좌석 위로 마련된 선루프는 환기를 위한 틸팅이 가능하다. 이보다 더 호화로울 수 없는 뒷공간이다.


아우디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시스템은 수준 높은 기능을 보인다. 차간 거리를 유지함은 물론 앞차가 멈추면 스스로 완전 정지까지 한다. 이를 작동시켜 놓으면 교통 흐름에 맞춰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며 이동해 가속페달을 따로 밟지 않아도 될 정도. 끼어드는 차가 있을 때에도 반응을 한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스스로 속도를 줄이면서 충돌을 피한다.
완성도 높은 장치지만 방심을 해선 안 된다. 안전장치를 믿고 운전을 소홀히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운전에 대한 최종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안전장치라기보다 안전보조장치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차는 철판이 없다. 온통 알루미늄이다. 아우디가 자랑하는 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이다. 차를 가볍게 만들어 엔진의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15년 전부터 적용한 기술이다. 물론 그 사이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두께와 무게는 줄였고 강도는 훨씬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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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길을 미끄러진다는 표현은 이 차를 위한 말이다. 엘리베이터가 수평이동 하듯 미끄러진다. 차 안은 차창 밖 세상과 다른 세상이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살짝 밟는 순간, 차원이 다른 분위기가 실내를 압도한다. 승차감이나 소음, 서스펜션, 진동 등으로 구분해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도어를 열고 들어와 앉는 순간 다른 세계로 순간 이동한 느낌이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주눅이 든다. 잘 조율된 정숙함, 흔들림조차 격이 다르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겨우 1,500에 머문다. 차의 흔들림을 느끼기 힘든 수준. 일상 주행에선 낮은 rpm으로도 필요한 힘을 충분히 꺼내 쓸 수 있는 건 8단 자동변속기 덕이다.
핸들에는 패들시프트가 있다. 핸들을 쥔 채로 조작하기 편하고 핸들에 붙어있어서 핸들을 돌리면서도 정확한 조작이 가능하다. 분리형 패들시프트는 조작할 수 없는 공간이 생기는데 일체형이어서 그런 염려는 안 해도 된다. 굳이 핸들에서 손이 떠나지 않아도 변속, 오디오조작, 크루즈컨트롤 등을 조작할 수 있다.


500마력의 힘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 팽팽한 탄력으로 안정감을 잃지 않으며 시종일관 여유 있는 파워를 공급해준다. 미끄러지듯 여유있게 달리다가도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총구를 벗어나는 총알처럼 순식간에 속도를 끌어올린다. 이륙하는 비행기의 가속감에 버금간다. 날개만 달면 날아오를 듯하다. 순식간에 시속 200km를 넘기고 210km/h에서 속도제한이 걸린다. ej 이상 가속이 안되는 것. 시속 300km도 우습게 달릴 것 같은 차지만 210km에서 만족해야 한다. 시속 200km에서도 체감속도는 160km/h 전후다. 이 대 rpm은 4,000 정도. 매우 안정감 있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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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20km에서 엔진소리는 거의 안 들린다. 바람소리가 조금 들릴 뿐이다. 속도를 조금 높이면 3000rpm 넘기면서 엔진 소리가 좀 더 크게 들려온다. 거친 소리가 아니다. 잘 다듬어진 소리다. 엔진소리와 바람소리가 함께 커지지만 노면 잡소리는 거의 없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없다고 보면된다. 바람소리도 엔진소리도 잘 디듬어서 걸러진 뒤  실내로 들어온다. 불쾌하거나 거슬리지 않는다.


변속레버를 스포츠 모드로 옮기면 200rpm 정도 상승한다. 좀 더 예민해지는 것. 가속을 이어가면 시속 40, 90, 130, 170km에서 각각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빼놓을 수 없는 게 콰트로다. 아우디가 자랑하는 풀타임 사륜구동시스템. 앞뒤로 4:6의 비율로 구동력을 배분하며 주행안정성을 높여주고 코너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아 운전자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해준다. 조금 빠르게 코너에 진입해도 여유있게 빠져나올 수 있는 건 바로 이 콰트로 시스템 때문이다. 심리적 압박도 덜하다. 두 바퀴 굴림 세단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코너를 공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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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마찰음을 듣기는 쉽지 않다. 아주 타이트한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갈 때 타이어의 비명 소리를 잠깐 들을 수 있었다. 노면을 찰지게 물로 전혀 밀리지 않고 제대로 돌아나간다. 콰트로의 장점이지만 에어 서스펜션과 타이어의 뒷받침도 큰 역할을 한다. 놀라운 코너링 성능이다.


급제동을 하면 안전띠가 몸을 확 잡아당긴다. 차가 운전자를 보호하는 느낌이 확실하게 전해온다. 비상등도 깜빡인다. 하지만 비상등이 작동하는 시기는 브레이크를 밟고 나서 제동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다. 조금 더 빨라도 좋겠다.


급가속을 해도 가속 초반 슬립은 없었다. 트랙션 컨트롤이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빨리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차는 편안하게 달리는 게 중요하다. 거칠게 차를 몰다간 뒤에 앉은 회장님에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을지 모른다. 차가 차인만큼 품위있게 부드럽게 다뤄야 한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오토, 다이내믹 모드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개인 취향에 맞춘 인디비듀얼 모드를 세팅해 놓고 이를 이용할 수도 있다. 
6.3리터 12기통 엔진임에도 공인 연비는 8.0km/L다. 5등급이지만 배기량과 출력에 비하면 과하지 않은 연비다. 사실 연비에 연연할 차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회수 시스템 등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춘 덕분에 가능한 연비다.


아우디 A8L W12는 아우디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유감없는 면모를 보였다. 최고의 세단으로 손색없는 차를 보며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아우디의 캐치플레이즈를 실감할 수 있었다. 최고급 프리미엄에 걸맞는 호화 옵션과 인테리어, 힘과 파워, 그에 못지않은 정숙성 안정감을 두루 갖춘 궁극적인 최고급 세단으로 이 차를 정리해본다.


 


가속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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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백 타임은 5.27초다. 정지상태에서 81.74m를 5.27초 만에 달려 시속 100km를 끊었다. 속도를 계속 올려 시속 200km 도달 시간은 불과 16.79초. 도달 거리는 590.13m다. 수차례 반복 테스트를 했지만 편차는 크지 않았다. 메이커가 발표하는 제로백 타임은 4.7초로 실제 측정기록보다 0.5초 정도 빠르다. 


제동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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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km에서 급제동해 완정정지까지의 거리와 시간을 측정했다. 제동거리는 37.84m, 제동 시간은 3.27초로 높은 수준의 제동력을 보여줬다. 제동을 한 후 급하게 속도를 줄이다 마지막 순간에는 조금 늘어지며 차의 안정을 회복하는 특성을 보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뒷좌석에 배치된 모니터는 위험하게 노출돼 있다. 이리 저리 움직이다가 부딪힌다면 다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니터의 크기를 조금 줄이더라도 시트에 매립해 노출을 피하는 게 좋겠다. 아니면 천장에 폴딩 타입으로 배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고급스럽게 분위기를 낸 대시보드의 알루미늄 재질은 햇빛에 반사된다. 차의 진행방향에 따라서 눈이 부실 때도 있었다. 알루미늄 재질 대신 반사가 덜하거나 없는 다른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좋겠다.



시승. 글 /오종훈 yes@autodiary.kr


사진 /  이승용 www.cameraeyes.co.kr  박인범 (LIZ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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