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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크루즈 5는 범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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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05-23 21:31 조회6,3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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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5는 범생이다. 산뜻한 매무새의 옷차림이 섹시했지만 옷 안감은 겉만큼 좋지 않았고, 정해진 선을 절대 넘지 않으며 순종하는, 하지만 허용된 범위 안에서는 적당히 까불고 끼도 보이는 그런 모범생이다.


한국지엠의 발걸음이 숨 가쁘다. 올라도, 카마로,캡티바를 내놓은데 이어 해치백 스타일의 크루즈5를 새로 시장에 투입했다. 노치백 세단인 쉐보레 크루즈의 해치백 모델이다. 라세티로 시작해 크루즈로 이름을 바꿨고 다시 새로운 보디 스타일인 해치백 버전을 추가한 것이다.
소형, 준중형급에서 해치백 버전은 필수 아이템이다. 작은 차에 어울리는 디자인일 뿐 아니라 이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아서다. 그런 면에서 크루즈 해치백 버전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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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은 크루즈5의 컨셉트로 ‘섹시 & 스마트’를 강조했다. 섹시한 스타일에 스마트한 기능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5는 1.8 가솔린 엔진과 2.0 디젤 엔진이 적용된다. 시승차로는 1.8 가솔린이 배정됐다.


앞모습은 그대로다. 위 아래로 나뉜 그릴, 그 가운데 자리한 쉐보레 마크, 눈꼬리가 길게 흐르는 헤드램프, 그 아래 안개등, 주변으로 각을 준 보닛 라인이 세단과 해치백이 똑 같다.


뒷모습은 딴 판이다. 루프라인을 따라 스포일러가 달렸고, 리어램프는 뭉툭하게 모아 놨다. 리어램프 사이를 깊게 파고든 해치는 쉐보레 마크 아래로 손잡이를 노출시키고 있다. 트렁크 라인이 사라진 자리에 섹시한 엉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C 필러에 물리는 윈도는 노치백 세단보다 좀 더 힘 있게 마무리됐다. 옆에서 보면 트렁크 라인을 깎아세운 해치백이 아니라 뒤창이 지붕의 라인을 이어받아 자연스럽게 흐르는 쿠페라인을 이룬다. 훨씬 보기 좋을 뿐 아니라 해치백의 약점인 주행 중 바람소리나 고속안정성을 좋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물론 마이너스 요소도 생긴다. 173cm인 기자가 앉았을 때 뒷좌석 머리 윗공간 여유가 없다. 키 큰 사람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 뒤창의 각도를 누이다보니 생기는 장단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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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닫는 느낌은 매우 좋다. 도어를 여닫을 때 철판 소리나 깡통 소리가 나는 차들이 있는데 크루즈5는 그렇지 않았다. 대형 세단처럼 무게감 있는 느낌이다.
엔진룸을 열면 의외로 넉넉한 공간을 만난다. 정비하기 좋겠다. 엔진 위로도 어느 정도 여유 공간이 있어 보행자 충돌사고시 완충작용을 할 수 있겠다.


트렁크에는 스페어타이어가 없다. 다른 곳에 위치한 게 아니다. 크루즈에는 스페어타이어 대신 컴프레서 등 타이어 수리 킷이 대신 들어가 있다. 무게를 줄이고, 연비를 높이는데 보탬이 되는 선택이다. 타이어 수리 킷이 없어도 큰 문제는 없다. 좁은 땅에서 5~10분이면 AS 기사가 달려오는데 닌자거북이처럼 스페어타이어 싣고 달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모든 차에 스페어타이어 없애면 그 효과도 엄청날 것이다. 어쨌든 크루즈에는 스페어타이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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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포크 핸들은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다. 3개의 클러스터로 만들어진 계기판은 기능별로 분류돼 한눈에 들어온다. 핸들 좌측에는 크루즈 컨트롤 스위치가, 우측에는 오디오 조절 스위치가 있다. 운전 중에는 굳이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차의 속도나 오디오를 조절할 수 있다. 핸들을 완전히 감으면 2.8 회전한다. 조금 예민한 핸들링을 예고하는 스티어링휠이다.


앞과 옆 시야는 확 트였다. 룸미러를 통해보는 후방 시야는 좁은 편이지만 운전하는데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다. 뒤창을 많이 기울게 만들어 쿠페처럼 만든 것은 좋은 데 룸미러를 통해 보는 시야를 좁게 만들었다. 여기에 뒷좌석 헤드레스트 3개가 나란히 룸미러에 걸린다. 시승차에는 내비게이션이 없었지만 다른 시승차 일부에는 깔끔한 내비게이션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켰다. 공회전 상태에서 900rpm을 마크하는 엔진소리는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잔잔하다. 공회전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rpm은 3,000을 넘지 않았다. 이 때 계기판에는 ‘엔진 오버 스피드’ 라는 한글 표기가 나온다.  ‘엔진 오버 스피드’ 표기는 수동모드에서 rpm이 레드존에 다가설 때에도 표시된다. 운전자의 주의를 촉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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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를 타고 북상하면서 크루즈5를 느꼈다. 무겁다는 느낌은 없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힘겨워하는 느낌이 없다. 그렇다고 탄력 있게 팡팡 치고나가지는 않는다. 자동6단 변속기는 시속 100km에서 2,000rpm을 조금 넘긴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시프트다운을 계속 시도하면 기어는 3단까지 내려가고 이 때 rpm은 5,800까지 상승한다. 수동모드로 변속기를 옮겨 가속하면 각 단에서 50, 80, 120, 150km/h까지 속도가 오른다. 속도는 올라가지만 강제변속이 이뤄지지는 법은 없다. GM의 변속기들은 하나같이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순종파들이다. 수동모드를 택하면 속도가 올라가고 rpm이 레드존에 들어가 있어도 운전자가 변속을 하지 않는 한 스스로 변속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좋다.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려고 수동모드를 택해 속도를 올리는데 스스로 변속이 이뤄지면서 엔진 rpm이 스르르 내려가 버리면 맥이 빠진다. 적어도 운전자의 뜻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한국지엠의 변속기는 충분히 칭찬받을만하다.


수동모드에서 자동모드로 옮기면 부드러운 가속이 이어진다. 언제 변속이 일어나는지 느낌만으로는 알아채기 힘들다. 계기판의 rpm을 봐야 변속순간을 알아챌 수 있다. 부드러운 변속감만큼 가속도 부드럽다. 확 낚아채면서 달려 나가는 게 아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한 템포 쉬면서 달려 나갈 준비를 확실하게 한 뒤 탄력을 보이기 시작한다. 1.8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142마력. 우습게 볼 힘은 아니다. 꾸준히 밀어붙이면 시속 200km도 터치할 수 있다. 하지만 고속주간에서 가속감은 확실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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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고속주행중에 느끼는 체감속도다. 실제 주행속도보다 시속 160km 이상 속도를 끌어올리면 체감속도는 20~30km 낮게 느껴진다. 그만큼 차가 안정적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해치백 모델은 고속에 약한 법인데 크루즈5는 그런 약점을 훌륭하게 커버해낸 것으로 보인다. 해치백의 특징인 와류와 뒷부분에서의 바람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지붕에서 해치백으로 떨어지는 각도를 완만히 조절한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서스펜션은 물렁거리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다.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 장애물을 지나고 난 뒤의 잔진동도 잘 잡는다.
엔진소리보다 바람소리가 조금 더 크고, 때로는 바람소리보다 노면에서 파고드는 잡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잡소리를 줄이려면 흡음, 방음재를 더 쓰고 방음대책을 더 마련해야 하지만 준중형급인 만큼 높은 수준의 완벽을 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좋아하는 음악을 조금 크게 듣는 게 준중형급에선 효과적이겠다. 크루즈5의 오디오는 제법 고급스러워서 들을 만 했다. 게다가 오디오 볼륨은 속도감응식이다. 차가 빨라지면 오디오 소리도 따라서 커진다. 


가속페달의 킥다운 버튼은 생략됐다. 그냥 바닥까지 아무 저항 없이 밟힌다. 운전하는 즐거움과 경제운전을 위해서도 킥다운 버튼은 있는 게 좋겠다. 여기서부터 킥다운 임을 확실하게 알리고 그 순간에 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냥 밋밋하게 바닥까지 밟히는 가속페달은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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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5는 코너에서도 재미있다. 코너에서 조금 강하게 운전해도 뒤가 밀리지 않고 잘 따라온다. 좌우 흔들림인 롤과 앞뒤방향의 흔들림인 피치도 생각보다는 좋은 편이다. 비교적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크루즈5는 전체적으로 잘 제어된다는 느낌이다. 급가속을 해도 차는 스핀 없이 부드럽게 구동력을 확보해 달렸다. 명령 없이는 변속하지 않고, 공회전 상태에선 아무리 밟아도 3,000rpm을 넘지 않는다. 엄마 말 잘듣고, 학교 규칙 잘 지키는 모범생, 혹은 마마보이를 닮았다.
판매가격은 가솔린 모델이 1,701만원부터 1,948만원까지, 디젤엔진은 2,050만원부터 2,236만원까지다. 준중형세단 가격으로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인테리어 재질이 아쉽다. 고급스러운 양복에 허접한 안감을 대놓은 것처럼 인테리어 재질의 질감은 익스테리어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플라스틱은 물론 시트에 사용한 인조가죽도 소비자들의 높은 안목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일 듯하다. 인테리어 마무리도 조금 더 꼼꼼했으면 좋겠다.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더러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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