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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

아반떼보다 작고 그랜저보다 센 골프 G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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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05-20 15:47 조회3,6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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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에 대한 집착은 자동차의 본능이다. 스스로 움직이는 탈 것이 만들어진 이후 좀 더 강하게, 좀 더 빠르게 변해온 게 자동차의 역사라해도 과언은 아니다.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요즘 그 정도는 약해졌지만 성능은 포기할 수 없는 자동차의 미덕이다. 


폭스바겐이 6세대 골프 GTI를 한국에 내놨다. 길이 4,200mm에 불과한 작은 차체에 2.0 엔진을 얹어서 211마력의 힘을 내는 골프의 최고 모델이다. 작지만 강한 힘을 가진 야무진 녀석을 시승했다.


작은 크기에 강한 힘은 사실 한국의 정서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힘은 좀 떨어져도 일단 큰 차에 집착하는 경향이 한국은 강했다. 한국에선 집도 차도 큰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국산 신차가 출시할 때에는 조금씩 조금씩 차가 커진다. 크기로만보면 소형차가 준중형이 되고, 준중형이 중형이 된다. 대표적인 국산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의 카피가 ‘중형 콤팩트’였다. 그만큼 한국에선 성능보다는 크기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골프GTI는 여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차다. 아반떼나 쉐보레 크루즈보다 훨씬 작고 엑센트보다 85mm 큰 정도다. 하지만 힘은 그랜저보다도 강하다. 한국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구성이다.


유럽은 다르다. 차의 크기와 엔진의 크기는 꼭 비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유럽의 정서다. 크기보다는 힘, 성능을 보는 게 유럽의 시각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골프 GT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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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로 진화한 골프의 디자인은 둥글둥글 유순해졌다. 단단한 맛은 여전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다. 바이제논 램프를 적용한 헤드램프는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닮았다. 헤드램프 주변에 배치한 LED 램프를 켜면 짙은 눈 화장이 아름답게 드러난다. 6세대 골프의 매력포인트다.
벌집모양의 라디에이터그릴은 GTI의 상징. 차의 어디에도 골프라는 표기는 없다. 그냥 GTI 만 있을 뿐이다. “골프가 아니다. GTI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강한 자부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골프의 스타일은 해치백의 교과서다. 짧은 보닛에 트렁크 라인은 생략했다. 휠 하우스를 꽉 채운 18인치 타이어가 듬직하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가 비슷한 모습인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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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들어서면 핸들부터 예사롭지 않다. 동그란 핸들 아래를 일직선으로 만들어 단순함을 벗었다. 핸들을 쥐는 그립 부분에는 굴곡을 줘 자연스럽게 핸들을 쥘 수 있도록 했다. 핸들을 쥐는 순간부터 뭔가 다름을 느낀다.
시트도 그렇다. 버킷타입인 시트는 허벅지 바깥쪽과 옆구리를 잘 지지한다. 차가 요동칠 때 운전자의 몸을 잘 받쳐준다. 운전자의 몸이 안정돼야 차의 움직임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 의외로 차의 성능에 큰 역할을 하는 게 시트다.


선루프는 원터치로 작동할 수 있어 좋다. 계속 누르지 않고 원형 스위치를 열고 싶은 만큼만 돌리면 한 번에 작동된다. 선명하고 깔끔한 내비게이션 모니터도 마음에 든다. T팩기능까지 갖춘 내비게이션이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알려줘 막히는 길을 돌아갈 수 있다.
시동을 켜고 도로 위에 올라섰다. 가솔린 엔진의 잔잔하면서도 암팡진 힘이 느껴진다. 시속 100에서 2200알피엠을 가리킨다. 엔진 회전수는 조금 높은 편. 고성능을 지향하는 만큼 낮은 엔진회전수에 연연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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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는 6단 DSG를 적용했다. 다이내믹 시프트 기어박스다. 더블 클러치 방식의 변속기다. 두 개의 클러치를 이용해, 1, 3, 5단과 2, 4, 6단을 각각 다른 변속기가 담당한다. 변속시간을 매우 짧게 할 수 있어 동력 손실을 줄이고 연비를 높이는 방식이다. 성능과 연비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핸들은 3.1회전한다. 스포츠 성능을 강조하는 차임에도 여유 있게 돌아간다.


최대토크 28.6kgm는 1,700rpm 부터 5,200rpm까지 고르게 터진다.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최대토크를 맛볼 수 있는 셈이다. 직분사 엔진에 터보를 달아 힘은 남아도는 느낌이다. 가속을 하면 시트가 몸을 밀고가는 느낌이 매우 좋다. 가속을 이어가면 어렵지 않게 시속 180km를 터치할 수 있다. 시속 200km도 간단히 넘어선다. 제원표상의 최고속도는 238km/h.


고속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아 가속페달을 더 밟게 해준다. 차의 거동은 속도가 낮을 때보다 빨리 달릴 때 더 안정적이다. 고속주행할 때 이 차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운전자가 느끼는 편안함이 고속에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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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80-90km 속도에서는 노면의 자잘한 소음도 들어오고 바람 소리도 있다. 속도를 올리면 엔진 소리가 나머지 속도를 덮어버린다. 그 엔진 소리가 매력적이다. 잘 만져진 소리여서 바람소리나 잡소리를 듣는 것보다 훨씬 낫다. 차의 모든 부분들이 빠른 속도에 맞춰져 있음을 느낀다.  빠르게 달리는 중에도 가속페달에 힘을 더 주면 순간적으로 차를 밀어내는 가속감이 압권이다.


도로에 약간의 공간만 있어도 140-150km/h로 치고나가는 게 아주 쉽다. 순간 가속이 뛰어나다. 체감속도도 높지 않아 가속에 부담이 없다. 가속을 할 때 핸들을 놓고 있으면 안된다. 토크 스티어링 때문이다. 앞바퀴굴림차에서 구동축의 좌우 길이 차이 때문에 차가 한쪽으로 쏠리며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알피엠은 다이내믹하게 출렁인다. 킥다운 하면 7,000rpm까지 치고 올라가던 엔진회전수가 변속되는 순간 4,500까지 툭 떨어졌다가 다시 치솟는다. 리듬을 타며 춤을 추듯 요동치는 rpm 게이지에 자꾸 눈이 간다.


노면의 자잘한 흔들림을 속일 수는 없다. 더구나 이 차는 앞뒤 방향의 흔들림, 즉 피칭에 약할 수밖에 없다. 크기가 작아서다. 같은 흔들림이라도 휠베이스가 긴 대형세단에 비해 더 크게 전달된다. 그렇지만 단단하고 야무진 서스펜션과 하체가 잘 잡아줘 불안하지 않다. 운전자가 컨트롤하는 데에도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시속 90km로 달리면 2000rpm을 마크하는데 편안하고 여유 있는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노면 타이어 마찰음은 어느 정도 들리지만 쾌적함을 없애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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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높여 160km/h 전후로 달리면 지붕에서 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해치백이어서 루프를 지난 바람이 뒤에서 와류를 형성하며 발생하는 소리를 막을 수는 없다. 뒷 바람소리는 해치백의 구조적 약점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출발하면 살짝 슬립이 일어난 뒤 가속을 이어간다. 약간의 슬립이 달리는 맛을 주는 매력포인트일 수 있지만 트랙션 컨트롤이 확실하게 개입해 슬립을 없애는 게 좋겠다. 에어컨을 끄고 가속을 이어갔다.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중 가장 빠른 기록은 6.94초.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가속력이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하면 3.12초 동안 42.27m를 더가서 완전히 멈춘다. 성능에 비해 제동거리는 조금 긴 편이다. 그래프를 분석해보면 완전 정지하기 직전에 그래프의 기울기가 완만해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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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트한 코너에서는 찰진 코너링 성능을 맛볼 수 있었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코너를 공략하는데 밀리지 않는다. 짧은 차의 장점에 고성능 타이어가 찰지게 노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결과다. 다이내믹한 코너링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차다.


연비는 12.6km/l. 터보까지 얹은 2.0 직분사 엔진의 연비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멋진 성능을 즐기는 대가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편 GTI의 오너이길 포기하거나. 


파크 어시스트 기능은 편리하긴 하지만 이 차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고속주행을 멋들어지게 하고 난 뒤라면 오른 손을 조수석에 걸치고 고개를 돌려 한 번에 후진주차를 완성할 정도는 되어야 이 차에 어울리는 오너가 아닐까. GTI에 앉아서 파크어시스트로 주차하는 모습은 상상이 안된다.


골프 GTI의 이름은 결코 헛되거나 과장된 게 아니었다. 달리기에 강한 야무진 면모를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다. 큰 세단을 좋아하는 한국시장의 벽을 작은 크기에 센 힘을 앞세워 보란 듯이 넘어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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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센터터널이 높다. 앞바퀴굴림인데 센터터널을 이처럼 높게 만들 이유가 없다. 차가 작아 넉넉지 않은 뒷공간이 센터터널 때문에 더 좁아진다.
로터리식 시트조절레버는 불편하다. 시트를 누이려면 레버를 계속 돌려야 한다. 차에 누워 쉬고 싶을 때 시트를 충분히 누이려고 레버를 돌릴 생각을 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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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